
중동발(發) 전운이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치열해지며 개전 한 달을 넘긴 지금, 사태는 끝을 알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 행보로 호르무즈 해협은 얼어붙었고, 국제 유가는 요동치며 세계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지구촌의 열망은 지도자의 광기 어린 군사 행보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필자가 사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풍경은 전쟁의 여파가 얼마나 가혹한지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곳의 경유 가격은 어느덧 리터당 2800원을 넘어섰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세계 경제 위기의 파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단 몇십 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 낡은 툭툭(Tuk-tuk) 택시 기사들이 뙤약볕 아래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애달프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하다. 하루 벌어 하루를 버티는 이들에게 기름값 폭등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이다.
반세기 전 야만과 무지성의 시대로 회귀하는가
돌이켜보면 역사적으로 전쟁의 광기는 종종 섬뜩한 언어로 표출되곤 했다. 지난 1960년대 전 세계를 비탄에 빠뜨렸던 베트남 전쟁이 그 정점에 있었다. 당시 미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커티스 르메이는 ‘석기시대’라는 단어를 전쟁의 수사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1965년 그는 자서전에서 북베트남을 향해 “그들을 석기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상대의 문명 기반을 완전히 부수겠다는 이 무자비한 선언은 전후 현대사에 ‘야만적 폭언’의 대명사로 기록됐다.
당시 지식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소설가 수전 손택은 미국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야만성과 무지함이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며 혀를 찼다. 이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미국이 표방하는 모든 가치에 대한 신성모독”이라며 반전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여기에 더해 언어학자이자 사상가인 노엄 촘스키 역시 베트남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을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폭력”으로 규정했다. 상대국 국민을 한 시대로 퇴행시키겠다는 오만함에 대해 동시대 지성들은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다시금 절멸의 언어와 마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은 것이다. 첨단 AI가 세상을 바꾸고 인류가 우주로 눈을 돌리는 2026년에 튀어나온 이 말은 지독히 시대착오적이다. 종전의 희망을 품던 국제사회에 던져진 이 차디 찬 독설은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의 품격을 단숨에 격하시켜 버리고 말았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 질서를 수호하는 ‘경찰 국가’가 아니다. 오히려 자국 이익을 위해 타국을 서슴지 않고 침략하는 ‘제국’으로 몰락했다는 냉혹한 평가가 뒤따른다. 과거의 미국이 보여주었던 최소한의 도덕적 권위마저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파괴적인 힘의 논리만이 남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옛부터 말은 그 사람의 그릇이자 시대의 얼굴이라고 했다. 힘센 나라 지도자의 광기 어린 언어가 세계 경제와 평화를 흔들고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짓밟는 지금의 현실이 그저 참담할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피를 흘리지 않는 것이다. 야만의 언어가 멈추고, 포성이 잦아들어 하루속히 종전의 소식이 들려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기름 한 방울에 가족의 한 끼 식사를 걸고 매일 도로 위를 사투하듯 달리는 동남아 툭툭 기사들의 고단한 삶에도 또 다시 평온이 찾아오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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